WTI 70달러 돌파 :: 2009/06/11 08:39

WTI 70달러 돌파
"달러약세로 투기자금 쏠림 때문, 원유재고 늘어 추가상승 힘들것"

`지난해 상반기 같은 랠리가 시작된 것인가?`

국제 유가가 다시 강한 상승 기세를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92달러(2.84%) 상승한 배럴당 70.0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작년 11월 4일 이래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도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1.74달러 상승한 배럴당 69.62달러에 거래됐다.

수요ㆍ공급 원리만을 따지면 현재는 오히려 유가가 떨어지거나 안정돼야 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세계 원유 재고는 예년보다 1억4000만~1억5000만배럴 많은 상황이다. 하루에 100만배럴씩 소진해도 약 5개월에 걸쳐 방출해야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와는 별도로 해상에 추가로 1억배럴 안팎 재고가 늘어난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량이 1년 전에 비해 19% 증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9월 이후 42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으며, 올해 세계 석유 소비는 전년 대비 3%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유가가 급등한 것은 투기 자금 쏠림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은 "현재 세계 석유 수급 구조로 볼 때 이렇게 유가가 올라가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달러화 약세, 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자 자본들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유가 급등에 대해 "펀더멘털이 아니라 투자자 정서 때문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기에 최근 외국 투자은행들이 유가 전망을 높이며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유가 200달러설`을 주장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다시 유가 전망을 대폭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85달러까지 오르고 내년 말에는 95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유가가 급등하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하반기 유가 전망을 70달러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로는 수급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며 "하반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갈 수는 있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분석실장은 "현재와 같은 가격 급등은 머니 파워(money power)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실물 바탕이 없이는 70달러대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CERA(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는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가 50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존 해리스 CERA 디렉터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이며 하반기 평균 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50달러에 머물고, 본격적인 유가 상승은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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