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비준없어도 한국 비준만으로 즉시효력 :: 2009/10/16 08:32

EU의회 비준없어도 한국 비준만으로 즉시효력
수출 등 경제효과 한ㆍ미 FTA와 맞먹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ㆍ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과 달리 한ㆍ유럽연합(EU) FTA에는 유독 `가서명` `정식 서명` `잠정 발효` `정식 발효`와 같은 복잡한 절차가 존재한다. EU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27개 회원국 협의체인 까닭에 협정문 서명을 대표 언어인 영어로 한 번(가서명), 각국 언어로 번역한 뒤 또 한 번(정식 서명) 해야 한다.

협정 발효도 EU 공동체 권한과 개별 회원국 권한이 달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일단 관세 철폐 등 대체적 내용에 대해 연방 상원 격인 EU 이사회에서 승인을 해주면 상대국 비준이 끝나는 대로 효력을 발생시키고(잠정 발효), 문화ㆍ교육ㆍ보건 등 일부 회원국 권한 사항에 대해서는 각국 의회 비준을 받아 추가로 효력을 발생시키는(정식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된다.

통상 양자 간 무역협정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각각 자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지만 EU와 FTA를 체결할 때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실제 EU는 2002년 11월 칠레와 FTA에 서명한 뒤 2003년 2월부터 상품 관세 철폐 등 주요 협정 내용에 대해 잠정 발효에 들어갔고, 이후 2005년 1월까지 일부 문화ㆍ교육 항목에 대한 개별 회원국 비준을 거쳐 2005년 3월 정식 발효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EU 집행위가 권한을 위임받아 대표로 타결한 국제협상에 대해 개별 회원국 의회에서 일일이 비준을 받아내는 데 통상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며 "다른 나라보다 빨리 협상을 타결지어 놓고도 발효가 늦어 생기는 폐단을 막고자 잠정 발효라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실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 협정 내용은 잠정 발효로도 효력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19일 공개될 한ㆍEU FTA 협정문 마지막 부분에는 문화협력의정서 소관 사항과 지식재산권 일부 조항 등을 제외하고는 선(先) 발효가 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결국 한ㆍ미 FTA를 능가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는 한ㆍEU FTA가 조기에 발효되려면 우리 국회에서 얼마나 순조롭게 비준이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의회가 한ㆍEU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양측 행정부는 필요한 국내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서로 통보하고, 통보한 날 바로 다음달 1일부터 잠정 발효에 들어간다.

외교부는 내년 1분기에 정식 서명을 마치면 곧바로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늦어도 7~8월에는 표결을 마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정치 상황 때문에 협정 타결 후 2년이 넘도록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한ㆍ미 FTA와 달리 한ㆍEU FTA는 우리 국회 비준만 있으면 바로 발효된다. 미국처럼 연기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의료보험 개혁 등 산적한 현안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한ㆍ미 FTA 협상에 자극받아 뒤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 유럽이 한국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케빈 브래디 미국 하원의원 등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EU와 캐나다가 한국 콜롬비아 등과 FTA를 체결하면 미국 근로자와 수출 기업에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염려를 나타냈다.

피터 맨덜슨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ㆍEU FTA 체결로 한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장기적으로)130억유로(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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