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완화정책 기조 바꾸나" 촉각 :: 2009/06/12 09:21

"한은 통화완화정책 기조 바꾸나" 촉각
이성태총재, 집값ㆍ유가상승 우려감 이례적 강조
"경기회복 대비 금리상승 압력 금통위 통해 표출"
◆기준금리 2.0 %로 넉달째 동결◆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지 9개월 만에 한국은행의 경기 판단이 확 바뀌었다. 한은은 11일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한은이 경기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기 시작한 것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 경기 진단 갑작스런 변화 왜?

= 지난해 10월 이후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한은이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하강이 멈췄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경기가 하강을 멈췄다고 해서 지금이 바닥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장기 불황을 의미하는 소위 U자, 혹은 L자형 성장을 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2분기가 끝나가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더 이상의 급강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둔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던 금통위는 올해 2월까지 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안 정부도 예금보호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실시하는 등 각종 재정정책을 과감히 실현했다.

그 결과 최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다소 안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0.1%로 올라서면서 금융시장 상황도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ㆍ기업어음(CP) 등 단기 시장금리도 하향 추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융시장 해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는 여전히 겨울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조업 생산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실물경기 하강 속도마저 완만해지자 한은도 경기에 대한 시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 "물가 상황 이전보다 안 좋아"

= 경기 하강이 멈췄음을 선언한 한은은 이제 경기 하방 리스크만큼이나 상방 리스크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물가 압력이 나타나지 않겠지만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단기 유동성 등의 영향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1일 "유가 상승, 집값 상승세 등으로 물가가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물가 안정을 나타내는 지표가 많았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앞으로 물가 걱정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요 위축에 따른 유가 영향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물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경제 전망 등에서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가 집값 상승에 대해 우려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 총재는 "일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염려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과거 신중한 모습과 확연히 대조

= 이날 금통위가 시장에 미친 충격은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버금갈 정도로 컸다. 이성태 총재가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된다"는 단정적인 발언과 함께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고 언급하는 등 그동안 경기 회복 징후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강조하던 신중한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화완화정책 기조의 종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가 금리인하 이후의 휴지기 과정이었다면, 6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금리인상 시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가 현재의 통화완화정책에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으나 큰 틀에서 보면 통화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로 인해 "펀더멘털 개선으로 인한 금리상승 압력이 이날 금통위를 통해 한꺼번에 표출됐다"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는 당초 지난 5월 금통위와 비슷한 수준의 언급을 기대했다"면서 "예상보다 강한 언급이 나오면서 은행과 외국인 투자자의 손절 물량이 쏟아지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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