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發 금융위기 격랑이나…"아직 잔파도" :: 2009/02/18 07:40

동유럽發 금융위기 격랑이나…"아직 잔파도"
러시아ㆍ루마니아 등 디폴트 우려에 EU "직격탄 맞을라" 바짝 긴장

유럽이 심상치 않다.

유럽이 2차 금융위기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 불안 징후는 전방위적이다.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 통화 가치가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주 말 아일랜드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이 3.77%까지 치솟았다. 1년 전(0.24%)에 비해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심각한 경기 둔화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과 아일랜드 3대 은행인 앵글로 아이리시 뱅크 국유화가 악재로 작용했다.

아일랜드 국가 부도가 현실화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유로화를 쓰고 있는 만큼 아일랜드 국가 부도는 유로화의 기축통화 지위와 유럽중앙은행(ECB)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럽의 또 다른 고민은 동유럽이다.

러시아와 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염려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홍역`을 앓고 있다. 특정 국가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거나, 지원 조건을 막후 협상 중이라는 구체적인 루머가 나돌고 있다.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금융위기는 2차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동유럽 몰락이 서유럽 금융시스템 마비로 직결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동유럽 지역 이머징마켓에서 상당한 자금을 굴려왔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에 동유럽 국가 부도 사태는 `국가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국경을 뛰어넘어 얽히고설켜 있는 투자관계를 감안할 때 유럽발 금융위기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격이다.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작년 하반기에 벌어졌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쇼크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자산ㆍ부채 축소에 따른 피해는 선진국 시장을 거쳐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귀착되게 마련이다.

유럽발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금융가는 `제 살길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화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지난주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7 회담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본 엔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럽발 금융 불안이 `잔 파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와 지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는 손실 규모와 파장을 가늠할 수 없는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전 세계가 패닉에 빠져들었지만 최근 상황은 `설명될 수 있는 사유`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국제공조에 대한 기대감이다.

유로존 16개국 일원인 아일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부도 사태도 국제공조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7일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으며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에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면 국내 은행권이 달러자금을 조달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신용 축소 현상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을 패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국제공조가 이뤄지면 연쇄적인 국가 부도 사태와 IMF 구제금융은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2차 금융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단기간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불안은 수시로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IMF 재원이 충분치 않은 데다 `소방수` 노릇을 해야 할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점, 러시아와 동유럽에 대한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개연성 등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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