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채권단 - 後정부 개입'구조조정 로드맵 마련 :: 2008/12/09 08:53

'先채권단 - 後정부 개입'구조조정 로드맵 마련
`先채권단 - 後정부개입`구조조정 로드맵 마련
부실기업 처리 내년 상반기 이후 정부행보 촉각

정부가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은행 자본 확충을 강조하고 구조조정 조직을 서둘러 정비하는 게 그 징후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에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기능을 포함한 대형 민간 구조조정기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1차적인 기업 구조조정 '집도의'(외과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금융회사에 맡기되 내년 이후 상황이 나빠지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생사 결정하는 심판관 역할

= 정부가 민간을 중심으로 한 통합 구조조정기구를 내세워 옥석을 가려내는 우회적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 민간기구는 채권단 중심으로 기업 지원 수위를 결정할 뿐 아니라 특정 기업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 채권단 사이에 이견이 있으면 이를 조정하는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 생사를 결정하는 최종 심판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적재산권 침해 소지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볼 수 있다. 제3자인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채권자인 채권금융회사들이 생사를 가리는 게 법적으로 맞다는 얘기다.

확실하게 부실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않은 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메스'를 가했을 때 채권자나 해당 기업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 이를 방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가려낼 권한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는 이미 부실해진 기업의 채권을 동결하는 등 조치만 가능하다. 아울러 은행권에 대해 충분한 자본 확충을 강조하는 것은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뿐 아니라 기본자본(Tier 1) 비율을 9% 이상으로 높일 것을 은행에 권고했다. 향후 수개월 내에 실물경기 하강으로 기업 부실이 확대되면서 구조조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은행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년엔 본격적인 구조조정 바람

= 정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기지원 패스트 트랙이나 건설사 대주단협의회 가동 등이 기업의 도미노 붕괴를 막기 위한 사전 장치"라며 "구조조정 1단계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10년 전과는 구조조정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의 신속한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환위기 때는 이미 망가진 기업을 처리하는 것이어서 구조조정에 대한 어려움이 적었지만 지금은 부실이 완전히 진행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 뒤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과정을 밟을 방침이다. BIS 비율에 적신호가 켜지면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하는 방안도 마련해두고 있다.

정부 공적자금이 은행에 투입되면 기업 구조조정 속도는 한층 빨라질 공산이 크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유동성 공급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처럼 유동성 공급을 우선시하면 과거 대우사태처럼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해 유동성 공급과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 확충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금융권을 주도해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내자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은행에 대해 직접 정부가 개입할 단계는 아니며 은행 측 반발도 클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년 하반기 이후 중소기업 여신이 점차 줄어들도록 하고 내년 상반기 중 기업 몸집 줄이기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황인혁 기자 / 박만원 기자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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