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200원이면 삼성전자 이익 반토막 난다" :: 2009/05/08 09:25

"원화값 1200원이면 삼성전자 이익 반토막 난다"
엔화약세까지 겹쳐…하반기 경영계획 재검토
유로화 결제 늘리고 외화예금ㆍ매출채권 축소

◆환율의 역습…국내 수출기업들 고심◆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전자,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2분기 평균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수준이 되면 LG디스플레이삼성SDI는 적자 폭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원화값이 100원만 올라도 2분기 영업손실이 2400억원에서 53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도 163억원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부품 업체들도 이익이 절반이나 줄어들게 된다.

1분기에 V자형으로 실적 회복을 일궈냈던 삼성전자도 다시 적자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맥쿼리증권은 6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원화값이 1200원 선까지 오르면 올해 영업이익이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고강도 비용절감을 계속해 환율 역효과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원화 강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지만 경쟁조건이 불리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환리스크 대책의 일환으로 외화예금 및 매출 채권 축소 등에도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LG전자도 손길이 바빠졌다.

LG전자는 연초 사업계획을 세울 때 달러당 원화값을 1100원으로 책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원화로 환산한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영업외수지는 개선되는 구조"라며 "우리는 외화결제 포지션을 활용해 원화 강세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섬에 따라 수입할 때는 달러 결제를 늘리지만, 반대로 수출할 때는 달러 결제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출과 수입을 합하면 달러 결제 비중이 70~80% 수준으로 유지된다. 헤지 전략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투기적 외환관리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데다 달러, 유로, 엔 등 통화별로 보통 순현금흐름의 10~30%에서 유동적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업체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평균 환율을 1000~1200원 선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도 "원화값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가량 변하기 때문에 환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가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현대ㆍ기아차가 잠시 환율에 취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해 발생한 1조원대 환헤지 손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GM대우는 원화 강세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GM대우는 지난달 말 8개 시중은행과 선물환계약 만기를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3개월 사이에 원화가치 변동폭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여지가 크다.

GM대우 관계자는 "2007년 말에 지난해 평균 환율을 850원으로 예상하고 헤지를 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앞으로 3개월 사이에 원화가치가 대폭 상승할 경우 환헤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덕을 크게 봤던 석유화학업계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1분기에 중국 수요량이 증가하고 환율효과까지 뒷받침돼 깜짝 실적을 선보였지만 중동에서 2분기부터 제품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원화마저 강세를 나타내면 실적 악화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3%나 늘었던 호남석유화학도 수출 비중이 50%를 웃돌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반가운 일이 아니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작년에 원료인 나프타 구입 비용으로 약 4조원을 지불했고 매출은 5조5000억원을 올렸다"며 "원화값이 올라가면 나프타 구입 비용은 감소하겠지만 매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율 동향을 주시하는 한편 신규 수출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화 약세도 문제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8.4% 줄어든 반면 현대차는 1.1% 늘어난 것은 환율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현대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보성 부장은 "판매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기 때문에 지금의 환율 변화로는 일본차와 비교해 경쟁력이 훼손될 정도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엔고와 원화 약세로 덕을 봤던 부분이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신헌철 기자 / 박승철 기자 / 김대원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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