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악재딛고 제자리 찾는 과정" :: 2009/03/12 09:06

"원화값 악재딛고 제자리 찾는 과정"
역외세력 원화를 보는 시각에 미묘한 변화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원화 20%정도 저평가
◆원화값 한달만에 1400원대 회복◆

역외에서 원화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부터 진행됐던 원화 약세가 바닥을 찍고 돌아섰다는 조심스러운 진단도 나오고 있다.

원화값 상승 발목을 잡고 있던 경상수지, 조선사 헤지물량 부담, 단기부채 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역외에서 원화가치 상승 기조가 전해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6일부터 원화값은 나흘 연속 상승세를 탔다.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과 역외 투자자들 차익매물이 함께 쏟아졌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도 원화 강세 요인이 됐다. 배당시즌이 돌아오면서 외국인들이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기 위해 원화 매물을 쏟아냈지만 대형주들 배당이 서서히 마감되면서 증시에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원화를 던지던 역외세력들이 지난주부터 포지션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역외에서 매물이 나오자 현물시장에서도 원화 하락 기대감을 버리고 과감히 원화를 사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화의 적정 환율 수준을 실질실효환율(REER)을 통해 살펴보면 2008년 8월 말 REER는 112.29를 기록했다. 100을 적정 환율 수준으로 봤을 때 환율이 12% 이상 고평가돼 있었다는 것. 하지만 올해 1월 말 현재 REER는 80.95까지 내려왔다. 경제기초여건을 고려해 과거 환율 수준이 고평가됐으나 최근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3.1%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REER 또한 29.3% 떨어졌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97년 11~12월) 때는 두 달간 외환보유액의 33.1%를 잃었지만 REER는 23.1%밖에 안 내려갔다.

즉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다 보니 그만큼 비용을 치렀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한 것이 역외에서 추세 전환을 이끌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원화값 상승은 금융불안 때문에 일시적으로 정상 수준을 벗어났던 원화값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2월까지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하는 시기였다면 3월 이후로는 기존 악재들에 대한 해결책이 잇따라 나오는 시기로 봐야 한다"며 "해결책들이 나올수록 시장은 진정될 것이기 때문에 원화값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역외세력들의 1600원 선 돌파 시도가 몇 차례 실패하면서 원화값이 15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온 이후에도 당국이 구두개입을 계속하자 달러매수 심리가 확연히 꺾였다"며 "달러 매수 심리가 꺾인 이상 돌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원화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하지만 동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나 주식 배당금 송금 수요, 외화차입 만기 도래 등 상승 재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원화값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힘들다"며 "1600원 선을 다시 한번 위협받을 가능성도 낮지만 1450원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그동안 환율 수준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당분간 원화값이 달러당 1500원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 투자자들도 한국 외채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외채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환율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원화값 상승은 시간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용 어>

실질실효환율(REER) : 교역국 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 외환시장에서 매일 고시되는 명목환율은 교역국 간 물가변동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가변동에 따른 실질구매력 변동을 실효환율에 반영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예경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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