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갑작스런 실적호전 진실은? :: 2009/03/12 09:08

씨티그룹 갑작스런 실적호전 진실은?
CEO 1~2월 흑자발언 시장 예상 뛰어넘어
발언시기 미묘해 정부 추가지원 유도 의심

전 세계 금융시장이 들떠 있다. 대표적인 부실은행으로 꼽히는 씨티그룹이 올 1월과 2월에 흑자를 기록했다고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밝히면서부터다.

그러나 팬디트 CEO가 언급한 두 달간 실적 개선이 과연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팬디트 CEO 발언이 있던 1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일 대비 5.8% 올랐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6.37%, 7.07% 상승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지수도 대부분 5% 정도 올랐다.

그동안 위기의 주범이었던 은행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셰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조지프 하젯은 "월스트리트에 씨티가 좋은 소식을 가져 왔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팬디트 발언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충고가 지배적이다.

먼저 팬디트 CEO 발언부터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팬디트 CEO는 전 세계 직원들에게 "지난 1~2월 이익을 냈고 2007년 3분기 이후 최고의 분기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회사 메모를 통해 알렸다.

씨티그룹은 2007년 3분기 21억달러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또 "자산상각을 제외한 1~2월 매출이 190억달러를 기록했고 예금잔액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팬디트 CEO는 지난해 말 현재 증권ㆍ금융 관련 위험자산이 1120억달러로 2007년 말 2260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부실상각 충당금으로 전체 여신 대비 4.3%에 달하는 300억달러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발언이 직원들에게 보낸 회사 내부 메모에 불과하고 흑자 부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부족해 실제 분기 흑자를 기록할지는 따지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종우 HMC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부실 자산에 대한 상각을 얼마큼 제대로 했는지다"면서 "이 부분이 얼마큼 정확히 반영됐는지 1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언급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씨티그룹에 대한 전문가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9억달러 적자다. 지난해 4분기 172억달러 손실보다는 적자폭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흑자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다.

팬디트 CEO의 발언 시점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8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 리처드 셸비 의원이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항상 씨티그룹이 문제아"라고 말한 이후 대응 차원에서 곧바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미국 정부에서 부실은행들을 골라내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호전되고 있음을 밝혀 추가 지원을 쉽게 받아내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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