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가 상한선 접근했다" :: 2009/11/03 08:48

사우디 "유가 상한선 접근했다"
원유 증산 시사…판매가격 美 WTI 기준 포기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 계획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29일 "우리가 생각하는 상한에 유가가 접근했다"며 "특히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이에 타격을 주도록 방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가 세계 경제 회복에 가해지는 타격을 막기 위해 증산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41달러(3.1%) 오른 배럴당 79.8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는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장중 한때 80.4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편 사우디는 그동안 사용해온 미국 유가 산정 기준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새 기준을 쓰기로 한 것으로 발표돼 귀추가 주목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28일 원유 판매가격 산정 기준으로 삼아온 WTI 가격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아거스 고유황 원유 지수(ASCI)`를 기준으로 유가를 책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런던 유가지수 전문업체 아거스가 개발한 ASCI는 미국 걸프 연안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격을 바스켓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WTI보다 고유황 원유 가격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우디는 1994년부터 WTI를 유가로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석유시장 전문 분석기관 오일 아웃룩 앤드 오피니언의 카를 래리 사장은 "WTI 가격 변동이 심해 이를 기준으로 해온 사우디가 그동안 많은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지난달 고유가 주요 원인으로 달러 약세와 투기를 지목하면서 특히 투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우디 결정으로 세계 최대 원유거래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사우디 조치가 호응받을 것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WTI 가격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거래 규모 등에서 신생 기준인 ASCI가 아직은 대안이 되기에 역부족이란 점을 지적했다.

[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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