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 韓日유럽 자동차업체 `생존게임` :: 2009/06/02 08:43

"밀리면 끝" 韓日유럽 자동차업체 `생존게임`
폭스바겐 "생산늘려 GMㆍ도요타 추월하겠다"

◆세계 자동차산업 지각변동 ①◆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부터다.`

1일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빅뱅이 일어날 전망이다. `파산보호`라는 불명예스러운 길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미국 정부라는 최고의 지원군을 업고 완전히 새로운 `뉴GM`으로 태어나는 거대 공룡 GM과 불황에 더욱 강해진 자동차업체들 간 힘겨루기는 사실상 이제부터다. 이미 30% 이상 과잉 생산돼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업체들은 이합집산과 함께 이제는 살아남느냐 죽느냐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 유럽ㆍ일본ㆍ한국의 치열한 각축전

= GM의 파산보호 신청과 이탈리아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세계 자동차시장 중심축을 미국에서 유럽이나 아시아로 옮겨놓을 수 있다. GM이 `Good GM`으로 재탄생한다고 해도 정상화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힘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은 최근 경기침체에 금융경색 현상으로 시장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와 신흥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어 이런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특유의 장점인 소형차로, 도요타와 혼다는 친환경 고효율 차량으로 경기침체를 버텨내고 있다.

최근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과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새로운 별로 떠오른 피아트의 파죽지세, 럭셔리카의 전통적인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까지 감안하면 유럽시장 파워도 상당하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2018년까지 그룹 판매량을 1100만대로 잡았다. 이는 거의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5%에 달한다. 프리미엄과 대중차, 상용차를 막론한 9개 브랜드가 있는 유일한 자동차회사인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GM이나 도요타를 능가하는 영향력 행사도 가능하다.

피아트 역시 그동안 페라리와 마세라티로 프리미엄 스포츠카시장에선 확실한 우위에 있었으나 대중차 부문에선 피아트와 란치아, 알파로메오가 약한 편이었다. 따라서 이번 크라이슬러 인수로 소형차와 대중차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판매량 확대와 세력 확장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에선 크라이슬러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중소형차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러시아는 캐나다의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함께 피아트를 제치고 GM에 속한 독일 오펠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 친환경ㆍ소형차시장을 잡아라

= 현재 몰락한 GM과 크라이슬러는 90년대만 해도 미국시장 내 중대형차와 픽업트럭의 상승세를 잘 타면서 성과를 내던 업체였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택기준도 바뀌었다. 이들은 이런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다.

류기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선임연구원은 "환경 변화에 따라 걸맞은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미국 빅3의 몰락 원인"이라면서 "앞으로 중소형ㆍ고연비ㆍ친환경의 세 가지 트렌드를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업체들은 대체로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

피아트는 2000년 파산 직전까지 갔었으나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럭셔리 스포츠카의 수익성이 향상됐고, 소형차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피아트 브랜드의 선전으로 현금을 쌓아두고 인수ㆍ합병(M&A)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공격적인 M&A를 일찌감치 마친 후 폭스바겐 브랜드를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소형차 전략을 꾸준히 세우고 기술개발 중이다.

현대ㆍ기아차 역시 한국에선 준중형급인 C세그먼트와 소형 B세그먼트에 집중한 것이 약이 됐다. 큰 차 외에는 팔리지 않을 것 같던 미국시장에서 한국차 돌풍을 일으킨 것은 그랜저가 아닌 바로 이들 소형과 준중형 차종이었다.

도요타도 타격을 받긴 했지만 최고의 연비효율성을 자랑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만큼 생존게임에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이후의 장기적인 미래차 대안은 아직까지 뚜렷이 없는 데다 절대 강자도 없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대안으로 꼽히나 현실로 다가오지 못한 만큼 좀 더 독보적인 기술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이 단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의 기술개발과 투자가 관건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중소형차와 친환경차 부문을 잡지 못하는 업체는 몰락할 것"이라면서 "기존 소수의 프리미엄 럭셔리카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생존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애물단지 된 사브ㆍ볼보 "급구 뉴오너"

= 현재 자동차시장에는 경쟁력을 잃은 매물들이 떠다니고 있다.

가장 좋은 조건에 스스로 주인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이미 이들은 경기침체를 겪으며 기력이 빠진 상태.

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9000만대에 달하지만 올해 판매대수는 60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전세계가 과잉생산의 늪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들을 인수하려는 주인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GM 소속이었던 스웨덴의 사브와 포드 산하의 볼보, 그리고 한국의 쌍용자동차다. 크라이슬러와 오펠 등이 이미 피아트와 마그나라는 주인을 찾은 상태라 이들의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볼보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각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한때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며 대표 자동차업체로서 명예를 누렸던 볼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작년만 해도 BMW가 인수에 다소 관심을 보였지만 올 들어 그 이야기도 쑥 들어갔다. 현재 볼보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중국 업체뿐이다. 창안자동차는 6조원 정도까지는 볼보 인수가로 제시할 수 있다고 미끼를 던져 놓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사브는 아예 공중분해설까지 나돌고 있다. 볼보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 GM 산하에 있는 사브는 일찌감치 정리대상 1순위였다. 스웨덴의 자랑이었던 만큼 스웨덴 정부가 인수해주길 희망했지만 이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마땅한 인수자가 없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아예 사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자금 여력이 없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GM으로선 사브까지 살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가장 큰 골칫거리. 이미 한번 중국 상하이차(SAIC)에 인수됐다가 `토사구팽` 당한 쌍용차의 입장도 입장이려니와, 쌍용차의 경쟁력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할 만한 업체도 없다. 강성노조도 인수를 막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현재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최근 노조 총파업과 직장폐쇄로 인해 청산 가능성마저 대두한다.

결국 이 많은 매물은 청산, 혹은 중국 인수 외엔 답이 없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중소형차 생산기지로 매력적인 곳이지만 뚜렷한 브랜드가 없는 것이 약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자금력과 생산기지를 갖춘 중국이 인수ㆍ합병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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