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곳곳 중장비 소리…자원대국 깨어난다 :: 2009/08/26 08:24

몽골 곳곳 중장비 소리…자원대국 깨어난다
◆컨트리리포트 몽골◆

바가노르강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서쪽으로 150㎞ 떨어진 바가노르시. 마을 입구에서부터 희뿌연 연기를 뿜어대는 거대한 화력발전소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도로를 분주히 걸어가고 있어 이곳이 `탄광도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바가노르 채석공장 소장인 에잉흐르트 씨 안내로 해발 300m 높이 산등성이에 서자 거대한 탄광 계곡이 드러난다. 채굴 지역만 세로 12㎞, 가로 6㎞라고 하니 웬만한 신도시 하나 넓이에 달하는 셈이다. 온통 회색 모래언덕이 구비구비 지고 깊게 파인 계곡 사이엔 검은 광맥 줄기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거대한 `캐터필러` 트럭과 채굴 중장비들이 만들어내는 굉음에 고막이 울렸다.

■ 오유톨고이 한곳에만 120억t 매장…日ㆍ中ㆍ러 등 개발참여 구애

"어이, 잠깐 잠깐." 에잉흐르트 소장이 무전기를 들고 땅파기 작업을 하고 있는 대형 크레인 아래에 섰다. 그는 방금 포클레인이 흙을 파낸 지점에서 흙을 한줌 손에 쥐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뭉갰다. "시커먼 거 보이죠? 몇 m만 더 파면 새로운 광맥이 나올 겁니다."

몽골엔 우리나라처럼 굴을 파고 인부들이 광탄을 파내는 갱도식 광산은 거의 없다.

그냥 탐사해서 광물자원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산등성이 자체를 위에서부터 깎아 내려 파면서 광물을 채취하는 `노천 광산` 구조다.

그냥 파내면 파내는 그대로 `돈`이 되는 셈이다. 에잉흐르트 소장은 "바가노르 광산은 개발한 지 40년이 된 몽골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이라며 "그래도 아직 한 달에 30만t 이상을 채굴하고 있으며 몽골 전체 전력 중 40%, 울란바토르시 전력 중 60%를 이곳 석탄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잠에서 깨어난 `황금도시`

= 바가노르 광산은 순수한 석탄만 생산하는 탄광이지만 이곳에서 다시 300㎞ 떨어진 공업도시 `에르데네트`는 그야말로 노다지 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에르데네트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12억3200만t으로 한국이 개발하는 구리광산 가운데 미얀마 모니아 구리광산(14억5400만t)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주목할 것은 이 정도 규모 광산 중 아직도 뚜껑을 열지 않은 금 은 구리 등 광산만 몽골 전체에 15개쯤 있다는 것이다.

아리운산 발단자브 몽골 자원에너지부 차관은 "몽골에서는 서몽골 남고비 지역 오유톨고이와 타운톨고이는 이미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며 "이 밖에 13개 `전략적 탄광 밀집지역`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유톨고이와 타운톨고이에 매장된 석탄 구리 금 은 등 지하자원은 전체 12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광산이라 할 만한 규모다.

몽골이 가진 잠재적 `황금`은 광물자원뿐만이 아니다. 몽골은 지난해 남고비 사막 인근에서 원유 120만배럴을 생산했다. 올해는 그 2배인 240만배럴을 생산할 예정이다.

◆ 자원 확보 전쟁터로 변한 몽골

= 몽골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자원을 확보하려는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다.

일본은 몽골 정부 적자 예산을 보전하기 위해 5000만달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6000만달러 등 총 1억1000만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오래전 몽골 측에 제공한 철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로비전에 주력하고 있다. 인접국인 중국은 이미 몽골 내 허가된 광산 50%에 대한 탐사권을 확보해 놓고 있다. 목적은 하나같이 지하자원이다.

오는 9월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는 오유톨고이 광산과 11월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는 타운톨고이에는 총 11개국 30여 개 업체가 입찰에 응했다. 오유톨고이에는 이미 호주 리오틴토사가 계약을 완료하고 지분 30%를 확보했으며 미쓰비시 이토추 등 주요 상사들은 몽골 최대 무연탄 광산 타반톨고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국내 10여 개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타운톨고이 유연탄광과 발전소 프로젝트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사업 허가권만 따낸다고 노다지를 캘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무엇보다 몽골은 내륙국가로 자원을 해안까지 수송하는 것이 골칫거리기 때문이다. 철도는 러시아가 건설해 준 남북횡단 철도 외에 전무하다.

소로그주 오키르바트 몽골 건설교통부 국장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 상호 견제로 몽골 정부와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황금을 밑에 깔고도 수출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핸디캡이 사라질 전망이다. 몽골 건설교통부는 최근 중국ㆍ러시아와 톈진항에서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를 2012년까지 건설하기로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계산에 빨라지고 있는 몽골 정부와 협상하는 것도 관건이다. 몽골 내에서 "자원 개발이 외국만 살찌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수도 울란바토르에 한국형 대학캠퍼스

`바람의 나라` 몽골 심장부인 수도 울란바토르에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한국형 대학 캠퍼스를 세운다. 국내 건설사와 대기업들이 몽골에서 아파트, 도로 등 건설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었지만 순수하게 수익형 민자투자방식(BTO)의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 지역은 울란바토르 시내 대통령궁 및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칭기즈칸 광장에서 서쪽으로 18㎞ 떨어진 `야르마크` 지역. 몽골 정부는 이 지역에 약 30만㏊ 규모의 거대 대학 캠퍼스를 세울 예정이다. `학생신도시`로 불리는 이 사업은 울란바토르 내에 위치한 10여 개 국립대학교를 한곳으로 모아 통합 캠퍼스를 만드는 국책사업이다. 신도시 용지에서 3~4㎞ 떨어진 지역에는 신공항 건설이 예정돼 있어 우리나라로 말하면 인천국제공항을 배후로 건설된 송도신도시와 같은 입지다.

우리나라의 KMGG(건화토건ㆍ두영종합건설 컨소시엄)는 6월 24일 몽골 건설교통부 산하에서 신도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몽골 도시개발관리센터와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액으로는 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셈이다. 공사비는 향후 몽골 내에서 개발할 석탄, 구리 등 광물자원의 지분 제공 형태로 받게 된다. 특이한 점은 대학신도시 디자인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대학 캠퍼스 건물 양식을 벤치마킹해 순수한 한국형 건축물로 세워진다는 것이다.

임남주 KMGG 국장은 "몽골인 정서가 한국민과 흡사하고 외교적으로도 최근 우리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캠퍼스 건설사업이 몽골 내 새로운 `한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가노르ㆍ울란바토르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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