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일본경제 침몰론 :: 2009/04/03 09:16

다시 고개드는 일본경제 침몰론

28년 만에 첫 무역적자, 상장기업 도산건수(45개사) 사상 최대, 신차 판매 38년 만에 최저….

일본에서 최근 나오는 거시경제 지표들이 역대 최저치 기록을 속속 갈아치우면서 `일본 경제 침몰론`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촉발됐지만 `최대 피해 지역은 일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글로벌 소비 침체와 엔화 강세 여파로 경제 의존 비중이 높은 수출 실적이 최근 들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극도의 내수 침체와 고용불안까지 맞물리면서 1990년대 장기불황 당시를 웃도는 전후 최악의 불황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과 내수 소비 등 실물경제 파급 효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내년 하반기까지는 회복 조짐이 가시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 성장률을 -5.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6%로 각각 전망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0%로 1차 하향 조정한 데 이어 -3%대로 추가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은 오는 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정책금리(현재 0.1%) 인하를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상장기업 도산건수가 최근 1년 동안 총 45개 회사에 달해 2차대전 이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카가와 다카모토 데이코쿠DB 산업조사부장은 "1990년대 장기 불황 당시에는 상장사들이 1년에 10~12개 정도 도산했지만 이번처럼 45개 회사가 무더기로 도산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자동차ㆍ전기ㆍ철강 등 제조업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 수준이고 금융시장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이 이번 글로벌 위기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출 제조업 위주로 편성된 경제 구조 모델이 재평가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가쓰마 가즈요 경제평론가는 "내수 소비, 고용 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한 현금 쓸어붓기식 재정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못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월 중 유효 구인배율은 0.59배로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00명이 취업을 원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59명분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달 만에 유효 구인배율이 0.08포인트 하락한 것은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 12월 이후 약 34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75조엔 규모에 달하는 1ㆍ2차 부양대책을 내놓은 바 있는 일본 정부는 1분기(1~3월) 경기 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판단하고 4월 임시국회에 추가 부양 대책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의 출국 직전 "적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추가 경기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현지 언론들은 추가 부양대책이 환경ㆍ복지 등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총 10조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호에서 "일본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180%에 달해 미국이나 영국 등의 두 배 수준"이라며 "10조엔에 달하는 신규 국채를 채권시장이 제대로 소화해 낼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도쿄 = 채수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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