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 러 이번엔 곡물 패권싸움 :: 2009/06/09 09:13

美 - 러 이번엔 곡물 패권싸움
러시아, 곡물OPEC 추진에…美, WTO 가입저지로 맞불
미국과 러시아가 곡물 패권을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과 함께 3국이 가입하는 `흑해 곡물 블록` 창설 강행을 시사했다. 사실상 석유수출국기구(OPEC)판 곡물 카르텔 기반을 닦은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마이클 미치너 미국 농업부 국외농업국장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곡물포럼에서 "러시아는 곡물 카르텔 결성에 신중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강행한다면 WTO 가입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연내에 WTO에 가입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흑해 곡물 블록이 창설된다면 전 세계 곡물시장에서 20%를 차지하게 된다.

전 세계 곡물 수급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추가 회원국이 가세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러시아는 밀을 연간 1000만t 수출하는 세계 3대 수출국이며 전 세계 경작 가능 지역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세계 2위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곡물 카르텔 결성 움직임은 서방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안보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곡물시장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유럽연합(EU)이 좌우하고 있다. 흑해 블록에 미국과 호주까지 가세한다면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62%를 차지하게 된다.

곡물 카르텔 구상은 곡물값이 치솟던 2007년 말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 중심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단일 곡물비축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의했으며 카르텔 결성이 전 세계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주변국과 전문가 반응은 회의적이다.

세계은행 러시아 담당관인 클라우스 롤랜드는 "곡물 OPEC 구상에 대한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라며 "곡물 가격과 수급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유는 소수 생산국이 독점하는 구조지만 곡물은 다수 생산자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원유는 또 국가 주도형 산업이라면 곡물은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르텔 결정 시 쿼터 분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곡물값 상승은 전 세계 인구와 바이오연료 사용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곡물 카르텔이 결성된다면 안정적인 공급보다는 생산국 입김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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