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동차산업 본산 디트로이트 르포 :: 2009/01/12 08:07

美자동차산업 본산 디트로이트 르포
"크라이슬러 곧 문닫을텐데…"

"GM이 이렇게 어려운데 크라이슬러는 머지않아 문을 닫겠지요." (디트로이트 자동차 컨설팅업체 아이텍사 대표 데이비드 오)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축제인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기 전날인 10일 디트로이트에는 폭설이 내렸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의 본거지인 디트로이트에는 축제 분위기는커녕 음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모터쇼가 열리는 코보센터에서 차로 5분만 벗어나자 가동이 중단되거나 아예 문을 닫은 자동차부품 공장들이 도처에 눈에 띈다. GM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저녁에는 위험해 돌아다닐 수 없고, 낮에도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1980년대 가장 잘사는 도시였던 디트로이트가 이젠 슬럼화되면서 `가장 위험하고 몰락한 도시`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로보캅` 같은 영화가 내뿜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는 가상이 아니라 실제 디트로이트의 현실이었다.

세계 차업계에서 대폭적인 감산ㆍ감원을 의미하는 `마이너스 30%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의 핵심인 디트로이트는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9.6%로 미국 전체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빅3의 몰락뿐 아니라 디트로이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전업체 서킷시티와 유통업체 K-마트, 슈퍼마켓 체인인 파머잭 등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GM은 지난해 말 SUV와 트럭 2개 공장을 영구 폐쇄했다. 당초 2009년 말까지 4개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2개 공장은 이를 1년 앞당긴 것이다.

폭설이 내린 10일 오후 가동 중단된 GM 오리온(미국 5대호 중 하나) 조립 공장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차량 몇 대만 황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GM에 비해 크라이슬러의 위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크라이슬러는 30여 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3개 공장은 아예 문을 닫았다. 디트로이트에서는 크라이슬러가 결국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아이텍사 대표 데이비드 오씨는 "GM도 어렵지만 크라이슬러는 당장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2011년 출시 예정인 크라이슬러의 신차인 미니밴(프로젝트명 RX), 세단(프로젝트명 C-300) 등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에서 글로벌 사업 부문에 근무하는 한국인 이 모씨는 "우리 부서도 60% 직원이 이미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와중에도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반등의 모멘텀이 되길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디트로이트의 한 잡지사 기자인 스티븐 볼프 씨는 "올해 6~7월이 자동차산업이 저점을 찍을 시기로 전망한다"면서 "자동차시장과 부동산의 연관관계를 고려할 때 6~7월에 미국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치게 되면 이후 신차 수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디트로이트에는 70여 개 한국 부품업체가 진출해 있다. 이 중 A사는 300억여 원 규모 대금을 GM에서 지급받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A사 직원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빅3에서 구매 대금을 다 받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품업체가 많다"면서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로펌에서 일하는 윤종규 변호사는 "디트로이트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뿐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빅3에 납품하고 있는 부품업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1차 협력업체의 파산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계 2차 협력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구매 대금을 청구해야 할 업체가 파산했는지 한참 뒤에 알게 된 한국 협력업체들은 시기를 놓쳐 소위 `빚잔치`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미국 업체에 받을 대금이 있는 부품업체들은 미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업체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 변호사는 "미국에서 협력업체들에 선수금, 중도금, 잔금 형식으로 대금을 분할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금만 받고 중도금, 잔금을 떼이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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