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러 정상 나흘간의 `밀월외교` :: 2009/06/17 09:10

中ㆍ러 정상 나흘간의 `밀월외교`
상하이 회의→브릭스 회담→양국 정상회담
신흥국 챙기며 美에 맞설 새 국제질서 모색

수교 60주년을 맞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모색에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상 첫 브릭스 4개국 정상회담을 이끌며 기존 달러 주도 세계 경제에 공식적인 변화를 요구하는가 하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제3세계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모두 미국 중심인 기존 국제질서에 대응해 새로 부상한 신흥국가들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4~20일 러시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등 3개국을 방문해 12개국 정상들과 차례로 회담을 하는 등 지역맹주 지위를 굳히려는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도 14일 모스크바에서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나라 정상들을 불러 별도 모임을 열고 세력을 과시했다. 이는 서방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칠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후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15일)와 브릭스 정상회의(16일)에 참석한 후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중국ㆍ러시아 수교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별도 정상회담을 하면서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후 주석은 러시아 국빈방문 기간에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등과 잇따라 회동해 유엔 개혁, 북핵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변 국가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 경제 회복에서 자국 역할론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쓸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가 힘을 합친다면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해왔던 미국에 맞서 강한 압박 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저우둔런 상하이 푸단대 금융연구원 교수는 "이번 브릭스 회담은 선진국 위주인 기존 경제질서에 반대하는 주요 신흥국가 간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위상이 흔들리면서 주요 2개국(G2)론까지 부상해 힘을 받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정상회의 참가국들과 함께 기존 글로벌 금융체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미국 등 서방국 견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움직임을 활용해 달러 중심인 기축통화 체제에 불만을 드러내며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처럼 신흥국 세력을 결집해 경제위기 공동대응, 달러 기축통화 체제 대체 논의 등에 나서면서 새 국제질서 태동에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다만 달러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와 미국 국채 1200억달러를 들고 있는 러시아와 2조달러에 육박하는 달러 보유액, 75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가진 중국 간 미묘한 의견차도 드러나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측이 달러 중심 기축통화 체제 개혁에 보다 적극적인 데 비해 중국은 단기간 보유 자산 가치 하락을 염려해 달러 체제 흔들기엔 다소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최근 "이번 회담에서 달러 매각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시각차를 드러낸다. 미국에 대항하는 중ㆍ러 간 협력과 견제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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